`제재' 동시에 `승인'…논란불씨 여전
21일 방송위원회의 결정은 KBS 2TV의 위성을 통한 불법 재송신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동안의 위법사실에 대해서는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동시에 위성의 재송신 자체를 합법화했다.
이는 방송위가 지난 7월26일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위성방송을 통한 권역별 재송신을 허용한고 밝힌 방송채널 정책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재송신은 방송정책으로 추인됐으며, 내년부터는 지역별로 방송되는 모든 지상파 방송을 위성으로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02년 3월 출범 직후 큰 장벽에 부딪혔다. 개국한 지 한 달만에 KBS 1TV와 EBS를 제외한 지상파 TV방송의 위성 재송신을 금지한 개정 방송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의 지상파TV가 위성을 통해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으로 파고드는 것에 반대하는 지방 MBC와 지역 민영방송, 지역 케이블TV사업자들이 지상파 재송신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후 8개월여가 지난 2002년 12월 27일 개정방송법 제78조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 공포됨으로써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승인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스카이라이프는 KBW 2TV 및 SBS와 약정을 맺고 KBS 2TV는 전국권, SBS는 수도권에 동시 재송신하겠다고 방송위에 승인 신청을 냈다. 그러나 케이블TV진영에서 격렬하게 반발했고, 이에 SBS가 재송신 약정을 철회했으며, 방송위는 재송신 승인신청 심사를 반려했다.
2003년 1월 23일 스카이라이프는 KBS 2TV 1개 채널로 재송신 승인신청서을 다시 제출했지만, 방송위가 심사를 연기함으로써 재송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2번의 추가 승인신청을 자진 철회 형식으로 물렸으며, 이 과정에서 스카이라이프는 지상파를 권역별로 나눠 재송신하는 이른바 `권역별 재송신'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결국 방송위는 지상파방송의 신호 수신을 지역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제한수신시스템(CAS)을 통한 권역별 수신의 단서를 달고 내년 1월 말부터 재송신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방송위가 지금까지 스카이라이프가 행한 K2TV의 불법 재송신에 대해 취한 행정적 조치는 신규가입자 모집 금지이다. 이에 따라 하루평균 1억5000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스카이라이프 측 주장인데, 방송위는 그동안 신규 가입자 영업금지 일수를 놓고 고민해왔으며, 스카이라이프는 신규 영업금조 조치는 본사 뿐 아니라 1만여개에 이르는 영업점과 수신기(셋톱박스) 및 안테나 제조사, 방송채널사업자(PP) 등 위성방송 관련 산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혀왔다.
제재조치와 함께 내려진 KBS 2TV의 재송신 허용이 스카이라이프의 재송신 이슈를 완전하게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용량의 한계가 있는 위성을 통해 사실상 내용이 동일하거나 편성이 유사한 지방의 지상파 방송을 권역별로 재송신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전파자원의 낭비라는 비판이다.
권역별 재송신이 의미를 가지려면, 각 지역 방송사업자들이 지역 밀착형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 자체 편성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방송위의 채널정책이 `스카이라이프 봐주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도,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이 강력하게 병행돼야 한다고 방송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홍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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